남편이 얼마전 만보계 하나를 샀습니다. 하루에 만보씩은 걸어야 좋다는데, 도대체 얼마나 걷고 있으며 얼마나 더 걸어야 되는지 궁금했던 거지요. 처음엔 웬지 궁상맞아 보여서, 뭘 그런걸 차고 다니냐고 핀잔을 줬는데
점차 제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집에 놓고 가는 날이면 그 틈을 타서 저도 허리춤에 한 번 차 보았지요...ㅎ 집에 있는 날은 얼추 6000보 정도 외출하는 날은 8500보 정도 나오더군요. 그러나 집에 있어도 일이 많은 날은 12500보 정도 될 때도 있었으니
장소가 중요한건 절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제는 모임과 약속이 겹쳐있는 날이라 많이 바빴고 너무 피곤해서
저녁을 치우자마자 소파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11시 반쯤 학원 다녀온 작은 녀석 소리에 일어나 간식을 챙기고
오늘은 얼마나 ? 하고 보려는 순간 글쎄 안보이는 거예요, 만보계가...
"어!! 만보기가 없어, 만보기가......" 그러자 식구들 처음엔 무슨 소린가 하더니 만보계....만보기 하니까 모두 낄낄 거리며 찾기 시작하더군요. 잠자던 소파 사이사이, 컴퓨터 앞, 화장실 바닥, 부엌... 사실 아무것도 아닌 작은 물건일 뿐인데, 제가 만보기.... 만복이....... 하니까 마치 강아지나 막내아들, 동생 같은 느낌이 확 온다는거예요......ㅎ "안 찾아주면 많이 서운해 할 것 같아, 만복이가....
어디 쑤셔 박혀가지구는....." 그래서 또 웃고.......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 분명 바지입고 외출했다가 집에와서 치마로 갈아입고는 확실히 옮겨 꽂았는데..... 할 수 없이 어젯밤을 접었지만 내심 찜찜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아침 청주에 사는 죽마고우 친구의 시집출판기념회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던 남편도 다시 묻더군요, 아직??
남편 배웅하고 이것 저것 정리하던중, 하이고~~! 찾았지 뭐예요, 우리 만복이를....어제 외출했던 바지에서. 정신없는 여자예요, 전.... 뭘 믿고 철썩같이 옮겼다고 장담했는지....
남편에게 전화했지요. 고속버스로 내려가기로 한 남편은 표 끊으려고 줄 서 있다는군요. "우리 만보기 찾았어요....." " 뭐? 찾았어? 어디서?" 남편 목소리가 거의 환호에 가깝습니다. "어디라고? 바지? 하하하하....우리 만복이가 거기 있었구나! 집 나간 놈 찾은 것 같......" 하더니 갑자기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네요. 분명 줄 서 있던 분들의 묘한 시선을 그제서야.....=3=3
그렇게 만복이 에피소드는 끝났습니다, 싱겁게...
그런데 만보계였을 때는 하나의 물건에 지나지 않더니만 만복이...만보기가 되니까 살아있는 존재처럼 느껴지는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우리 만복이......ㅎㅎ
모두 열심히 운동하셔서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