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의 글방

앵콜 웨딩 촬영 / 06.04.11

wowjenny 2006. 9. 11. 10:13

             

     

             

 

 

 

              앵콜 웨딩 촬영

        

    

어제 저녁 저희가족은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느덧 남편과 연을 맺은지 20년....
소위 앵콜 웨딩촬영이란 것을 한겁니다.

 

그런데 실은 이 쑥스럽기 그지없는 웨딩 촬영이란 것을 진작
지난 4월 2일에 이미 했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은 상황이 그 다음날 전화로 날아왔을때,

저는 그만 실신하는 줄 알았습니다....ㅋ

20년 만에 입어볼 웨딩 드레스에 맞추느라 몇날 며칠
당기는 식욕 억제해가며 다이어트해서

거의 쓰러지기 일보직전인데
저희가 찍힌 사진이, 아니 그날 촬영된 모든 사진들이
인화하는 과정에서 공중분해 됐다는.....
그 세계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저는

"한장이라도 건질 수 없을까요, 한장이라도?!......" 하며 애원했지만

"정말 죄송합니다.....전부 다시 찍으셔야...." ㅠ.ㅠ

그동안 가뜩이나 못 먹고 지냈는데

이젠 거의 식음전폐하고 누울 상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시험이 코 앞에 닥친 아이들 시간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그때의 그 설레던 마음을 다시 표현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날 무지무지 예뻤었는데 ( 뭐 지났으니 제가 이렇게 표현한들 그 누가.....ㅎㅎ)

그런데 그날 오후부터 모든일에 항상 긍정적인 남편은 울먹이는 저를 향해

즉각 긍정의 싹에 물을 붓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드럼통으로....주룩~주룩~~

남들은 한 번 입을 드레스와 턱시도를 우리는 두번 씩이나 입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이제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모델 뺨치게 폼 잡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재미있는 일이 아닌가...
우리 네식구가 평일 저녁시간을 오롯이 함께 할 수 있다니

이 또한 행복한 일이 아닌가.....

그 누구도 체험하기 힘든 추억을 만들어 먼 훗날 얘깃거리로 웃을 수 있으니

이 또한 고맙지 아니한가...등등

긍정적으로, 긍정적으로.......그리하여 어제가 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순간순간을 기억하게 해주는 사진에
그 어떤 매체보다도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런 저에게 그동안 사진을 날린 기억이 딱 세번 있습니다.

결혼후 처음으로 혼자만의 하루 여행을 가서 찍어온 사진,

건전하게 대전 엑스포였습니다.

현상소에서 필름 3통 몽땅.....분실했답니다. -.-

작은녀석 체험학습날, 둘이서 오붓이 처음 산 디카를 둘러메고
남한산성엘 올랐더랬습니다. 그날따라 어찌나 춥던지 둘다 동사
일보직전이었지만 족적을 남겨야 된다는 일념으로

추위에 바들바들 떨며 찍어온 사진,

남편이 요리조리 만지더니 홀라당~~다 날려버렸습니다. =3=3

여름휴가 가다가 들른 소사 휴게소에서 화장실에 딱 30초 두고온 가방과 디카.

아들녀석 생일파티 사진과 20년만에 만난 미국서 온 친구와의 추억들....
신문광고를 낼 생각도 했습니다.

"모든 것 다 용서 할테니 사진만 돌려주세요.....please!!!!"



그래도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자라준 준하, 준원이와 함께 우리 부부 이렇게 소중한 사진 찍을 수 있다는 것이......

 

 

 

      


꽃과 하트_115806224348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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