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의 글방

엄마......

wowjenny 2008. 12. 2. 21:57

 

 

요즘 너무 마음이 아파서 매일 울고 지냅니다.

지난 토요일 한달간의 훈련을 끝낸 준하에게서 처음으로 전화가 왔을때

사기를 떨어드리는 가족이야기는 되도록 하지말라는 규정을 어기고

별일 없으시냐는 안부인사에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그 녀석이 옆에 있었으면 많은 말은 하지 않더라도

"엄마, 힘내세요!! 외할머니 좋아지실 거예요..." 하며 위로를 했을텐데....

 

아버지 병 간호 하시느라 팔년 세월 혼자 고생 다 하시고

작년 4월 아버지 가신 뒤 조금 편안해지실만 하니까

이제 겨우 칠십 초반이신데 그만 지난 주 말기암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런 일에 처음엔 어안이 다 벙벙하더니 이젠 돌아서면 눈물만 나네요.

한동안 기침을 오래 하셨는데도 감기이신줄만 알고 소홀히 했던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못을 박습니다.

너무나 빠른 진행에 급하게 어제 입원이 결정되시고 수술은 하실 수 없는 상황이라

다음 주 부터 항암치료로 곧바로 들어가실 예정입니다.

오늘도 이것저것 검사로 지치실대로 지치신 모습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모레 할 예정인 조직검사 조차도 마취가 들어가는 수술이라

지금 상태로는 안심할 수 없다 하시고.....

 

그동안 그렇게 고생하셨으니 이젠 마음놓고 편한 시간 보내셔야 하는데

자식이라고 하면서도 아버지 아프실때는 시어머니 편찮으시다는 핑계로

 단 한 번 제대로 시간 내서 찾아 뵙지도 못했고

"아버지는 내가 할 몫이다" 하신다고  그말씀 그대로 믿고 싶어했던

이 죄스러움을 다 어떻게 해야할지....

 

혼자 되신 뒤로는 부쩍 전화하시는 횟수도 시간도 길어지신다고

그때마다 돌아서서 불평을 늘어놓았었는데.....

얼마나 외로우셨으면 그러셨을까 왜 제대로 엄마 마음 한 번 헤아리지를 못했는지

너무나 죄송해요, 엄마!!

 

모든 것 다 짐작하고 계시지만 엄마는 오늘도 조직검사 결과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계셨습니다.

퉁퉁 부은 다리와 손 때문에 기침하시는 것 못지않게 힘들어 하시면서도

다음 주면 꿈같이 모든 일이 끝나서 퇴원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하시네요.

정말 그러셨으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이젠 단 하루라도 우리곁에 오래 계셨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엄마

미안하고......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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