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의 글방

시작과 마무리

wowjenny 2008. 6. 11. 22:36

 

 

 

 

 

어제는 아침부터 집안 정리를 한다고 분주했어요.

오래전부터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감히 엄두가 나지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안방 앞 베란다와 서재방 정리......

 

얼마전 선풍기를 꺼내면서 큰애방 앞 베란다 창고는 아쉬운대로 정리를 했고

아이들 방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 정리를 하면서 같이 해주었는데

나날이 쌓여가는 짐들로 거의 창고 수준이 되어버린 서재는

보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어요.

 

우선 안방 앞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그동안 받을 때는 기분좋았던 꽃바구니들이

이젠 애물단지처럼 떡 자리를 차지하고 있네요.

꽃집에라도 한꺼번에 갖다주겠다고 버리지도 못하고

쌓아두었었는데 도저히 모두 남길 수가 없어서 몇개는 쓰레기봉투에 담았습니다.

 

전 가끔 소리없이 곱게 피었다가 꽃바람 일으키며 아름답게 여운을 남기는....

그래서 일시적으로 화사한 아름다움을 드러냈다가 참혹하게 생을 마감하는 목련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꽃나무, 벚꽃에 마음을 주곤 합니다.

올 봄에도 저희 아파트에 군락을 이루며 피었던 벚꽃을 보면서

우리네 인생도 처음과 끝이 저렇게 사랑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꽃바구니들이 마치 목련 같아서 참 안타까워요.

분명 올때는 귀한 아름다움으로 찾아왔었는데....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정리는 밤늦게야 끝났습니다.

일일이 물건 하나하나 열어보고 생각하고 갈등하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만만치않게 걸리네요.

마침 아파트 재활용 수거하는 날이라

큰녀석이 들고나간 것만도 한아름이었구요.

큰 상자들을 몇번이고 들었다 놓았다 해서인지 온 몸이 다 쑤시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도 둘러보니 아주 개운합니다.

장마 후의 맑게 개인 날씨처럼 아주 산뜻합니다.

진작에 했더라면 이 상쾌함을 더 많이 오랫동안 누렸을텐데....

게으름이 항상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