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는 노래교실의 선생님께서는
지도하시는 교실만 예닐곱개가 넘을 뿐 아니라
개인 지도도 많으셔서 늘 동분서주 하세요.
그래도 신명과 성격이 워낙 좋은 분이시라
그 많은 일들을 늘 즐겁고 수월하게 이겨내시는걸 보면 대단하시다는 생각 뿐 입니다.
저희 수업이 있기 전날, 다른 교실 회원님들과 식사를 하시던 자리에서
아마 지난 연말의 송년회가 화두에 올랐었나 봐요.
저희 송년회는 참석하시는 모든 분들이 무대위에서
노래 한 곡씩을 꼭 불러야 하는 의무조항이 있습니다.
노래교실 모임이다 보니 일년에 한 번이라도 준가수가 되어보라는
선생님의 배려 때문이지요.
저도 이은미 님의 " 애인 있어요" 를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별 생각없이 불렀던 그 노래가....^^::
제가 그날 참석하신 분들 사진을 찍어드렸기 때문인지
그 교실에서도 저를 기억하시고 제 얘기를 하시게 되었데요.
그러면서 "애인 있어요" 를 불렀었다는 말도 나오게 된 모양인데
그때 마침 저쪽 테이블 끝에 앉아 계시던 분들 중에 뜬금없이
"그분이 애인이 있어요?" 하시더라네요.....
"엥~~?? 무슨??" 하며 선생님과 이쪽에 계신 분들이 어리둥절 하는 사이
" 아, 그분이 애인이 있었구나...." 라고 까지......ㅠ.ㅠ
사리가 분명하신 선생님께서 그 순간
" 무슨 소리예요? "애인 있어요" 를 그날 불렀다는 얘긴데, 웬 애인타령은?"
그래서 한바탕 웃음보가 터지고......
저희 교실 언니들도 그 말씀 들으시고 모두들 박장대소 하셨습니다.
이참에 애인 하나 두거라 말거라....정말 애인이 있냐 없냐 하시면서......^^::
노래 한 번 잘못 선곡했다가 완전 애인있는 여자로 낙인 찍힐 뻔 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선생님께서 단호하게 각인시켜 주셨으니 망정이지,
조금이라도 지체하셨으면 아마 다른 분들까지도
애인이 있었나 보이~~하시며 요상한 생각들을?? 하실 수도??
사실 뭐 애인이 있고 없고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그러나 없는데 있다고 하면
우리네 사회에선 ....조금 많이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
말이란 그래서 정말 무서운 것 같습니다.
A 라는 말이 A 그 자체로 끝까지 남겨지는거 그리 쉬운일이 아닌 것 같아요.
자의든 타의든 몇번의 전달과정을 거친 말들은 부풀림과 변질됨이 반복되어
전혀 엉뚱한 말들로 남게 됩니다.
그래서 되도록 남의 말은 전할 필요도 없거니와
혹여 그럴 일이 생기더라도 더 이상 가감하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애인 있어요" 를 불렀다는 사실만으로
"그 여자... 애인 있어요" 로 생각하는 세상이니
말조심은 해도해도 모자람이 없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