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의 글방

친정 부모님

wowjenny 2006. 12. 19. 02:27

 

 

 

 

 

 

오늘은 친정아버지의 여든 세해째 생신이십니다.

병석에 누우신지 어느덧 7년.....

초등학생이던 제 작은 아이가 고등학교를 갈 정도의 오랜 세월이 흘렀어요.

이젠 앉으시는 것 조차도 힘들어 하시는 아버지를 지난 주말에 뵙고 왔습니다.

 

마음대로 손끝 하나 움직이시는게 쉽지 않으신데도

"아버지, 저 왔어요!" 하며 얼굴을 쓰다듬어 드리면

제 손을 잡아보시려고 힘겹게 허공에 손짓을 날리십니다.

 

아버지의 손등에 어느덧 더 깊은 골이 패이셨네요.

제 손과 나란히 기대어 보니 이젠 제 손보다도 훨씬 더 작아지셨어요.

늘 신으시던 양말은 마치 복주머니처럼 아버지의 앙상한 발을 감싸고 있구요.....

 

그 전날 밤 아버지께 드리는 카드를 적으며 이제는 "더 건강하시고..."라는 말을

쓸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턱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그저 저희 곁에 지금 모습 그대로라도 더 오래오래만 계셔 주셨으면....

 

위트가 넘치시는 친정 어머니께서는 그 와중에도

연중행사이신 츄리 장식을 몇군데 해놓으셨네요.

아버지께서 누우신 상태로 가장 잘 보실 수 있는 옷장 위에는

초록 리스와 양초를 곁들인 멋진 장식을

이젠 사용하지 않는 에어컨 위에도 예쁜 종모양 리스를.....

저희 어릴때 부터 한 해도 거르는 일 없으시던 어머니만의 정성이세요.

 

우환이라면 우환일 수 있는 아버지의 병중에도

우리 가족 모두가 밝게 웃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이러한 어머니의 긍정적이고 밝으신 성격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버지는 모두 내 몫이라 하시며 여태껏 모든 수발을 다 해오신 어머니!!

도와주시는 아줌마가 계셔도 엄마 또한 젊은 나이가 아니신데....

엄마, 죄송하고... 감사해요....

 

입시때문에 오랫만에 함께 간 큰 녀석에게 할머니께서 위로금을 주셨나봐요.

그런데 봉투를 보는 순간 그만 후훗하고 웃음이 났습니다.

 

       "즐거운 외갓집 여행, 외할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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