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돌아온 작은녀석과 저녁을 먹다가
그 옛날 재수시절 얘기가 나오고
아빠와 엄마가 한 해 차이로 저와 같은 종로 학원을 다녔던 것을 재미있어 하더니
그녀석 은근히 엄마의 학원 에피소드를 물어오네요.
이제는 거의 잊혀진 과거이려니 했던 추억들인데
새삼 작은 녀석의 호기심에 그만 고스란히 하나둘 새로운 기억으로 꺼내봅니다.
그땐 한 반에 거의 백명 가까운 학생들이 수업을 들었고
그에 비해 여학생들은 열명도 채 안되었던 때라
일거수 일투족이 몹시도 조심스럽기만 하던 조금은 순수했던 시절이었어요.
정해진 자리가 없이 선착순이다보니 어떤날은 남학생과 같은 자리에 앉게도 되는데
그런날은 하루 종일 말 한마디를 안해서 입에서 가시가 다 돋았다는.....ㅎ
노트를 빌려달라고 사정사정해서 할 수 없이 주었더니
너무나 꼼꼼히 색볼펜으로 밑줄에 메모지까지 붙여가며 정리까지 해준 그래서
저를 한없이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아이.
출석표와도 같은 제 이름표를 몰래 꺼내가서는
어디어디로 찾으러 오라고 눈물나게 만들었던 짖궂은 아이.
뒤쫓아오다가 빵을 사러 들어간 곳이 저희 집인줄 착각하고는
그 다음날 학원에 빵집딸로 소문을 왕창냈던 아이.
아침 일찍 등원하여 칠판 가득 제 이름을 적다가 친구들에게 들켜서
오히려 유명해진 아이.
버스 정류장에서는 우리반 두 아이가
갑자기 가방 내던지고 치고 박고해서 수위아저씨 달려오시고
그 일을 계기로 그 두 친구 더없이 친한 사이가 되더니 둘이 똑같이 S대 뱃지 달고.....
다 내 덕이니라...ㅋ
그래도 다들 그 와중에 앞가림들은 잘하였는지
그동안 여기저기 매체에 이름들을 오르내리게 하더군요.
아무튼 유치원 이래로 남녀 공학을 다녀 본 적이 없는 저에게
학원 시절은 참으로 변화무쌍하고도 일생일대에 추억이 가장 많았던 한 해로
기억하게 하네요, 돌아보니.....
작은녀석이 물어요.
아빠가 그런 인기 많았던?^^ 엄마 만난게 횡재한 일인가
엄마가 더없이 착한 아빠 만난게 횡재한 일인가........ㅋ
그러더니
횡재한 건 저예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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