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다시 접하게 된
2004년 6월에 찍었던 사진 몇장......
4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다시금 미안한 마음으로 그 사진들을 봅니다.
어느날인가 안방에서 머리를 말리느라 한참 드라이를 하고 있는데
거울에 뭔가 이상한 시선이 꽂히는 느낌......
섬뜻했어요.....한여름에 호러물 찍는 것도 아니고....
바로 첫 사진에 나오는 황조롤이(?)새끼들이
나름 안방의 모습이 궁금했던지 몰래 브라인드 사이로 이쪽을 염탐하고 있었던 것^^*
이사올때 부터 까치집이 안방쪽 베란다 철재데크에 있긴 했지만
종종 까치들 놀러오는 소리는 들었어도
이렇게 갑자기 약간은 무시무시한(?) 새들의 둥지로 변했을줄은 정말 몰랐네요....ㅎ
그래도 우리집 한켠에 둥지를 틀고 새끼들을 낳았으니
이것도 보통 인연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저 대견하고 신기해서.......
식구들마다 조심조심 훔쳐보느라 며칠동안 분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조심하며 찍은 윗 사진들로도 모자라 더 좋은 기록들을 남기겠다고
살금살금 디카를 손에 든채 둥지에서 먼 쪽의 베란다 창문을 살짝 여는 순간
분명 몇 미터 밖에 줄줄이 앉아있을 거라고 믿었던 새끼들 중 한마리가
바로 제 코앞에 턱 앉아있는 거예요.
서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심장이 딱--멎는 줄 알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거의 생전 처음내는 비명을 지르고
그 순간 새끼도 얼마나 놀랬는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만화에서나 보았던 눈이 위로 쫙 올라간 형상으로
그만 뒤집어져서 호로록 떨어지는 거예요.
이를 어째어째 하며 아무리 바닥을 내려다 보아도 새끼의 모습은 보이지않아
분명 날아간거라고 믿었지만 너무나 걱정이 되더군요.
놀랜가슴 진정할 틈도 없었어요.
그런데
그 일 이후로 황조롱이 식구들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었습니다.....ㅠ.ㅠ
참 미안했습니다.
그것도 인연이라면 큰 인연이었는데 사진 몇장 더 남기겠다고 그 사단을 냈으니......-_-
모쪼록 그 어느곳에서라도 다섯마리 새끼들 모두 건강하게 커서
지금이라도 서운한 마음 조금은 털어버렸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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