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오류리 앞바다, 제2의 마도로 부각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지난해 11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와 문화재청 안전기준과는 문화재 전문도굴단을 검거했다. 이들이 팔려던 고려청자 출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 유물이 진도 오류리 해저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렇게 해서 문화재청 산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씨뮤즈호라는 탐사선을 이용해 이 해역 일대에 대한 긴급 탐사를 실시해 청자접시 등 32점을 수습했다. 적지 않은 해저 유물이 매장돼 있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에 연구소는 지난달 4일 1차 발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대상지는 450×200m 구역으로 설정하고 이를 다시 10×10m 작은 구역으로 나누어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구역별로 30cm~1m 깊이로 흙을 제거해 나간 결과 탐사조사 15%, 발굴조사 0.8%를 완료한 상황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과를 냈다.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수군이 임진왜란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총통 유물을 찾아냈는가 하면, 고려청자의 최고급 유물을 건져낸 것이다.
하지만 조사가 쉽지는 않았다. 오류리 앞 쩍끔만(彎)과 주변 해역은 수심이 3.5~20m에 수온은 13℃ 정도였지만, 수중 가시거리는 0m였으며 조류가 제일 약할 때도 가시거리는 최대 10~30cm였다. 사실상 암흑이나 마찬가지인 해저 상황이었다.
이번 발굴성과는 도굴꾼이 직접 단초를 열었다는 점에서 주꾸미잡이 과정에서 보고된 태안 마도 앞바다 해저발굴과 비교될 만하다.
◇제2의 마도, 바닷속 경주로 부각하는 진도 앞바다
이번 해저 발굴대상지는 울돌목이라는 바닷길목에서 동쪽으로 5㎞가량 떨어진 지점의 내륙으로 들어간 만에 위치한다.
이 일대 탐사결과 곳곳에서 해저 유물의 흔적이 감지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문환석 수중발굴과장은 "이번 발굴조사 시작 이전 일대 해역 탐사결과 닻돌 9점을 수중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닻돌이 있다는 것은 이곳에 침몰 고대선박이 있었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닻돌 9점이 반드시 침몰선박 9척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많은 선박이 울돌목을 넘지 못하고, 혹은 그 과정에서 침몰했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오류리 앞바다는 바닷속 경주라 일컬으면 무수한 해저유물을 쏟아내는 태안 마도 앞바다에 비견될 만한 곳으로 꼽힌다.
이런 특징을 지니는 까닭은 울돌목이 물살이 가장 거센 연안항로 길목으로 통하는 까닭에 이를 통과하기 직전이나 통과한 다음, 오유리 앞바다를 운항선박들이 중간기착지로 이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울돌목은 태안 마도 인근 난행량과 강화의 손돌목, 그리고 심청전 이야기로 유명한 예성강 하구의 임당수와 더불어 조선시대에 가장 통과하기가 어려운 바닷길목으로 통했다. 이런 곳 인근일수록 당연히 침몰선박이 많기 마련이며, 그런 까닭에 이번과 같은 해저발굴성과를 낸다고 할 수 있다.
이순신이 명량대첩에서 유독 이곳으로 왜선을 유인해 대승을 이끈 것도 이곳의 바닷물길 특징을 잘 알았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나아가 울돌목은 이 일대 연안을 항해하는 선박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길이었다. 먼곳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비용 문제 등이 만만치 않아 위험한 줄 알면서도 고려시대에도 강진에서 생산한 청자를 개성이나 임시수도 강화도로 실어나르는 선박이 지나야 하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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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청자
이번에 발굴한 도자기는 양질의 순청자(純靑磁)와 상감청자(象嵌靑磁), 조질(粗質)청자를 망라한다. 기종 또한 다양하다. 수준이 떨어지는 청자에서 최상급 청자까지 고루 나왔다는 뜻이다.
이 중에서 양질의 청자 몇 점은 특히 관심을 끈다. 향로나 붓꽂이 등 특수한 용도로 쓴 청자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들 고급 청자는 맑은 비색(翡色)을 띤다. 제작시기로 보면 12세기 후반에서 13세기 전반까지로 추정하며, 사용자는 중앙의 왕실이나 권력층이었을 것이다.
가장 놀랄 만한 청자는 기린형 향로뚜껑. 이런 청자는 오직 4점만이 보고됐을 뿐이다. 국보 제65호로 지정된 간송미술관 소장품을 필두로 국립중앙박물관과 디아모레박물관, 그리고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이 각각 1점이 소장됐다.
이번 진도 출토품은 기존 기린형뚜껑 향로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형태적 특징도 발견된다. 예컨대 기린 꼬리를 말아올린 도안은 처음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존 유물이 모두 출토지 불명인 데 비해 이번 것은 그것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이런 청자 중에서는 가장 진귀한 유물로 평가된다. 다시 말해,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와 맞먹거나 그것을 능가하는 유물인 셈이다.
오리형 향로 뚜껑 또한 국립중앙박물관 2점과 기타 개인소장품 몇 점이 알려졌지만 모두가 출토지 불명이다. 더불어 오리 모양이 양감이 풍부하고 섬세한 문양을 지녔으며, 뚜껑 바닥까지 꽃 모양으로 장식했다는 점 등에서 특징을 보인다. 이 역시 국보급이라고 할 수 있다.
청자투각연봉형붓꽂이도 비록 일부가 깨져나가기는 했지만, 기존에 알려진 유물이 극히 희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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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2/11/28 12:3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