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런 일 해요"]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6년만에 백제사·충청학 연구 요람으로 자리잡아
백제유물 유네스코 등재·문화 콘텐츠 개발 추진
"과거와 생생한 대화를 나누고 있죠. 옛 장인의 숨결과 잊혀진 역사를 되살리는
가슴 떨리는 작업입니다"
27일 오전 충남 공주시 금흥동 충남역사문화연구원 보존과학실. 아산에서 출토된
원삼국시대 환두대도를 복원하던 이현상(37) 연구원은 "10여개의 파편을 모아
1.2m 크기 칼을 복원하는 중"이라고 했다.
연구실에는 연구원들이 숨을 죽인 채 특수접착제 등을 활용해 유물 복원에 몰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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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일 공주시 금흥동 충남역사문화연구원 보존과학실에서 변평섭 원장(앞줄 앉아 있는 이)과 직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충남도가 2004년 4월 충남발전연구원 부설 충남
역사문화연구소를 확대, 출범시킨 출연연구기관. 지역의 역사·문화에 대한 체계적
발굴·조사·연구를 하고 소중한 유산으로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설립했다.
그 동안 역사·문화사료 집대성, 백제사 재조명, 역사·문화자원의 전시·보존·활용
등 다양한 사업을 묵묵히 펼치면서 충남의 문화·관광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문화정책을 지원하는 싱크탱크로 자리잡았다.
연구원은 역사박물관, 역사문화연구실, 경영기획실로 구성됐다. 현재 연구원
40여명이 백제·충청학 연구, 문화재 발굴·복원, 충남역사박물관 운영 등 업무를 맡고
있다. 역사박물관에 박물관운영팀이 있고 역사문화연구실에 백제충청학연구팀,
문화재연구팀, 문화재관리팀이 있다. 타시·도에 유사한 연구원이 있지만
문화재 발굴·조사·연구부터 복원·전시까지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곳은 드물다.
연구원은 백제·충청학 연구에 각별한 공을 쏟고 있다. 지역사 연구의 기초는
도지(道誌) 발간이라는 판단에서 최근 30년간 충남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를 망라한 도지 25권을 발행했다. 연구원이 펴낸 25권의
'백제문화사대계'는 백제사 연구 방향 설정과 새 연구 분야 개척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매장문화재 복원·전시와 문화콘텐츠 개발도 열심이다. 옛 공주박물관 터를
리모델링한 충남역사박물관은 수집한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대백제전'에선 백제학술회의, 백제문화유산대탐험, 백제유물사진전 등을
열어 장구한 백제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문화재 발굴 경력 22년째로 백제시대 금동관, 금동신발 등 많은 유물을 발굴,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이훈(49) 역사문화실장은 "인내가 요구되는 작업이지만
보람도 크다"며 "2003년 공주 수촌리 고분군 발굴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금동신발, 금동관, 환두대도 등 유물이 무더기로 쏟아졌기 때문이다.
공주 장선리·수촌리, 서천 봉선리, 서산 부장리 등 유적의 사적 지정을 이끈
이 실장은 "단순한 보존을 넘어 백제시대 유물 문양을 디자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등 문화콘텐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포(內浦)지역 문화와 기호유학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홍성, 서산,
당진을 중심으로 한 충남 서북부 내포지역은 중국과 서양 문물이 유입되는
창구 역할을 했다. 홍제연 백제충청학연구팀 선임연구원은 "사계 김장생,
우암 송시열, 명재 윤증으로 이어지는 기호학파는 300여년간 조선의
집권세력으로 많은 자산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2009년부터 '우리 문화유산 찾기운동'을 벌여 명재(明齋)
윤증가(家) 후손들에게 유물 1만여점을 기증받는 등 2년간 1만1813점의
유물을 기증받는 성과를 올렸다. 또 일본 내 백제 연구자와 한·일 백제사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작년부터 백제사 연구와 일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구다라(백제) 일본어 웹사이트'도 운영 중이다.
연구원은 올해 '충남의 독립운동사' 발간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이다.
유관순, 윤봉길, 김좌진, 한용운 등 독립운동가는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민초들의 활약상까지 발굴, 지역 독립운동사를 재조명하기 위해서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도 출연기관 경영 평가에서 2년 연속 최우수 기관에
선정되는 등 성과를 올렸지만 연구공간 및 재정 확충 등 숙제도 안고 있다.
강덕원 행정담당관은 "지역 역사·문화연구 메카로 기능하려면
충분한 지원과 우리 지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무령왕릉 발굴 40주년을 맞아 이를 재조명하고 충남독립운동사 발간,
공주·부여 백제 유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매진하겠습니다."
변평섭 원장은 "충남이 역사·문화의 고장으로 우뚝 서도록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041)856-8660~2, www.cih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