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의 글방

준하와 연선생님

wowjenny 2008. 8. 29. 20:43

 

 

 

 

 

조금전 울릉도 성인봉에 오른 아들녀석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서로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마침 녀석에게 문자메세지를 넣고 있는 중이었는데

전화벨이 울렸어요.

 

남들보다는 좀 빠른 걸음을 재촉했지만 안타깝게도 운무가 가득하여

보이는건 구름뿐이라 하네요.

올라가느라 족히 서너시간은 걸렸을텐데 제 마음이 다 서운해집니다.

 

해가 질까봐 서둘러 내려가야 할 것 같다며

이왕이면 독도근처라도 볼 수 있었음 하던 바램을

할 수 없이 접어야 하는 아쉬움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을 잘 만나뵙냐고 묻네요.

 

오늘 낮에 큰녀석 중3때 담임이셨던 연선생님과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었거든요.

어제 갑자기 번개팅 하자는 연락을 주셨는데

제가 그만 셋목회 귀조언니댁 집들이에 가는 중이어서 오늘로 약속을 대신 미루었어요.

준하가 있었으면 더 반가운 자리가 되었을텐데

그래도 오랫만에 뵙는 선생님과 정말 많이 웃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며칠 전 연선생님께서는 오랜 교직생활을 마무리하시고 명퇴를 하셨습니다.

아직 정년까지는 몇년 기간이 남으셨지만

이젠 자신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하시고

가끔씩 전같지않게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셔서

결단을 내리셨다고 하는군요.

 

광고 카피대로 "열심히 일한 당신.........떠나라~~!!"^^*

 

이젠 선생님만의 계획하셨던 일들을 마음껏 펼치시리라 생각합니다.

음악을 좋아하시니 선생님들로 구성된 여성 밴드 "터닝 포인트" 활동도

더 활발히 하실것이며, 6개월전에 입문하셨다는 색소폰 연습도 더 열심히 하시겠지요.

 

지금까지의 직장생활과는 또 다른 삶이 시작되는 제2의 출발....

웬지 참 기분이 좋을거라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습니다.

그러면서......주부라는 제 직업은 언제나 정리가 가능한걸까 라는 생각에 머물자

그만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정년이 없는 직업인 것을.......ㅎ

 

퇴직 기념으로 준비하신거라며 너무나 예쁜 머그잔과

이번에 유럽여행을 가셔서 영국에서 사오셨다는

아주 근사한 화가 그림으로 된 시계를 주셨습니다.

 

매번 여행 다녀오실 때마다 준하편에 보내주신 선물만도 한 두개가 아닌데

이렇게 항상 잊지않고 챙겨주시니 그 정성에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여행가서 선물을 사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번거로운 일인지는 모두가 다 아는 일인데요....

 

저는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제가 좋아라하는 가수 박강성님 신곡 씨디와 녹차를

10년 전 미국에서 돌아올 때 가지고 와서

소중히 보관하고 있던 뉴욕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의 쇼핑백에 넣어 드렸어요.

이 쇼핑백.....그동안 웬지 참 아꼈더랬습니다.

막연하게나마 역사쪽에 관심이 많으신 분한테 드리고 싶다는 작은 바램이 있었는데

오늘에야 그 주인을 만난거지요.....ㅎ

 

이제 준하가 산을 내려와 울릉도에서의 추억 하나를 남길 시간이 가까워오고 있습니다.

오늘 배를 기다리면서 배를 타고 가면서 너른 바다를 보면서 또 산에 오르면서

그 녀석 많은 생각을 했겠지요.

모쪼록 내일 모레 길지않은 여행 중에 많은 것을, 의미있는 것을

마음 가득 담아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준하야....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