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다 가기 전에 / 이경학

가을이 다 가기 전에 / 이경학   가을볕 하도 싱거워서 매운바람 쬐금 비치니 금세 몸을 사린다 그 짧은 동안에 뭘 많이 배운듯도 한데 남은 건 없다 저 낙엽 흙이 되기 전에 서랍이나 비워둬야지 가을의 그 남은 것 없음이 이제부터 채워지리니 늦 피어난 단풍잎 서둘러 따다가 우표첩에 끼워놔야지 이 가을에도 포도주를 못 담갔으니 십년 뒤에 맡을 묵은 향기 그렇게라도 준비할밖에... 저 맥없는 햇볕처럼 나도 싱거운 사람이라서 가을이 가기 전에 할 일이 있기는 하구나 그게 가을에 배운 거던가 아니, 가을이 남긴 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