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 논리' 정면 반박하는 유물, 중(中) 지린성에서 출토
황후 호칭·금제 관식 등 고구려의 정통 계승 입증
중국 동북지방의 발해 왕실 무덤에서 고구려 조우관(鳥羽冠·새 깃털을 꽂은 관)을 꼭 빼닮은 관(冠) 장식과 묻힌 사람을 '황후(皇后)'라고 밝힌 비문이 확인됐다. 발해를 '말갈족이 세운 당(唐)나라의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해온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를 정면반박하는 유물들이다. 게다가 이 유물을 발굴하고 확인한 것이 중국 정부 연구소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문물고고연구소와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문물관리위원회 판공실은 지린성 허룽시(和龍市) 룽터우산(龍頭山) 일대 발해시대 고분 14기의 발굴 결과를 최근 중국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의 '고고(考古·2009년 제6기)'에 발표했다. 8세기 후반~9세기 전반 조성된 이 고분군은 1980년대에 발해 3대 문왕(文王)의 넷째 딸인 정효공주(貞孝公主) 무덤이 발굴됐던 곳이다. 중국 정부는 발해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난 2004~2005년 이 일대를 발굴했으며, 그 결과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 중국 지린성 허룽시 룽터우산 일대 발해시대 고분군에서 출토된 금제 관식(왼쪽 사진). 새의 날개 이미지가 세 가닥으로 갈라진 식물 이파리처럼 표현돼 고구려 조우관(鳥羽冠)의 전통을 잇는 것으로 평가된다. 오른쪽 사진은 이 금제 관식이 나온 M13·M14 무덤으로 부부 합장묘로 추정된다./송기호 교수 제공
발굴 결과를 정리한 '발해 왕실묘장 발굴 간보'에 따르면, 룽터우산 발해 고분군 중 대형 돌방무덤(석실묘)인 M12와 M13호 무덤에서 각각 발해 3대 문왕의 부인인 효의황후(孝懿皇后)와 9대 간왕(簡王)의 부인인 순목황후(順穆皇后)의 이름을 새긴 비석이 출토됐다. 순목황후 묘지는 너비 34.5㎝, 높이 55㎝, 두께 13㎝로, 세로 9행에 걸쳐 총 141자의 글자가 새겨져 있고, 비문에는 "발해국 순목황후는 간왕의 황후 태씨(泰氏)다"라는 명문이 적혀 있다. 또 부부 합장묘로 추정되는 M13·M14 무덤에서는 고구려 조우관의 전통을 잇는 금제 관식과 팔찌·비녀 등이 출토됐다.
최근 이 보고서를 확인한 송기호 서울대 교수(발해사 전공)는 25일 "묘지에 황후라는 호칭을 썼다는 것은 발해가 지방정권이 아니라 황제국을 지향했다는 증거이고, 무덤 양식이나 부장품을 보면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하고 있음을 명백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상 대전대 교수는 "새의 날개 이미지를 세 가닥으로 갈라진 식물 이파리처럼 표현한 금제 관식은 고구려 조우관의 전통이 발해까지 계승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실물 자료"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