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강원도 화천군 원천리 백제마을 발굴현장에 조성될 예정인 연꽃단지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강 하류에 건설된 춘첨댐에 수몰된 지역을 제외하고 남은 이곳 평야지대에서 수많은 유적.유물들이 출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다른 4대강 주변의 충적지대가 수많은 홍수로 인해 과거 선조들의 흔적이 대체로 휩쓸려 내려간 것과는 달리, 북한강 수계는 곳곳에서 무수한 유적과 유물이 발굴돼 왔다.
15일 공개된 강원도 화천군 원천리 유적 발굴현장 역시 북한강변 충적대지를 왜 '유적의 지뢰밭'이라 부르는지 실감케 할 정도로 수많은 유적과 유물을 토해냈다.
특히 유적 밀집도가 높아서라기보다는 그 내용이 고고학계를 놀라게 했다. 한성백제가 이 땅에 남긴 가장 뚜렷한 유산으로 간주되는 평면 '呂자형' 집터가 무려 136기나 확인된 것이다. 呂자형 집터란 공중에서 내려다본 평면 형태가 한자 '呂'(려)자를 연상케 한다는 데서 유래한다.
다만 집터 상당수는 이곳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사를 짓던 땅이기에, 파괴가 극심한 양상이었지만 그럼에도 일부 집터는 얼마 전에 화재를 만나 내려앉은 듯 비교적 생생한 모습이었다.
지금의 달동네를 연상케 할 만한 빼곡한 집터 숫자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토기를 비롯한 각종 유물도 적지 않게 수습됐다.
출토 토기 중에는 흑색마연토기(黑色磨硏土器)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표면이 흑색을 띠고 반질반질한 이 토기는 고고학자에 따라서는 백제토기의 시작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이런 토기가 이날 설명회에서 4점이 공개됐다.
백제유적이면서도 이런 곳이라면 통상 보이는 삼족기(三足器.세발토기)가 왜 안 보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백제 고고학 전공인 신희권 문화재청 학예연구관은 "백제유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삼족기가 나와야 하는 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관계 당국과 학계를 대상으로 한 이날 설명회는 발굴성과 공개보다는 사실 유적 처리 문제 때문에 긴급히 마련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 이건무 문화재청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유적 처리 문제의 시급성 때문이었다.
이 청장은 발굴현장 임시사무실에서 지도위원회가 열리는 내내 유적 현장을 둘러봤다.
"왜 지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지도위원이 아니며 내가 참석하면 엉뚱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원칙에 따르면 된다"면서 "지도위나 문화재위원회에서 보존하자고 하면 보존하면 된다"고 간단히 정리했다.
지도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일단 "조사후 보존"이라는 의견을 집약했다.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니 조사를 완료한 다음 현장을 보존하자는 것이었다.
지도위의 이런 의견이 문화재위에서 확정되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발굴현장에 조성될 예정인 연꽃단지 계획은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지도위에 참석한 원주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사업 시일의 촉박함 등을 들어 설계 변경이 곤란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지도위는 연꽃단지 대신 유적 보존이 더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지도위의 의견이 관철될 경우, 발굴현장은 유적 공원 등으로 설계 변경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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