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흔적따라

경기도 용인에 고구려 고분이?

wowjenny 2011. 2. 18. 00:03

 

경기도 용인에 고구려 고분이?
구조는 고구려 특성, 유물은 백제 색채
연합뉴스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901-3번지 일대 개인주택 신축예정지 860㎡(약 260평)에서 삼국시대 횡혈식(橫穴式) 석실분(石室墳) 2기가 발굴됐다. 횡혈식 석실분이란 시신을 안장하는 무덤방은 돌로 쌓아올렸으며, 그런 무덤방으로 통하는 입구 시설을 무덤방 한쪽 측면(주로 남쪽)에 별도로 마련한 무덤 형식을 말한다.


한데 한양대 문화재연구소(소장 이희수)가 2월6일 이후 27일 현재까지 발굴조사를 벌인 결과 모습을 드러낸 이들 고분을 축조한 주체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중이다.

무덤 구조, 특히 그 중에서도 천장을 처리하는 방식이 말각조정(抹角調整)인 점에 주목해 고구려인이 직접 축조한 무덤, 혹은 고구려 영향이 짙은 무덤이라는 견해가 득세 중이다.

고구려 고분에서 흔한 말각조정 무덤이란 (장)방형으로 무덤 네 벽면을 쌓아 올라가면서 천장 부근에서 가서는 네 모서리를 모를 내지 않고 둥그렇게 처리하거나, 그 네 모서리에 각각 판석(넓적한 돌) 을 가로질러 쌓는 구조를 말한다.

보정동 유적 두 고분 중에서는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고 조사 또한 충분히 진행된 1호 석실분이 이런 양식을 보인다.

이 1호분은 석실 기준으로 규모가 동서 260㎝, 남북 170㎝, 깊이 150㎝였으며, 연도부(무덤방으로 통하는 길)는 동서 180㎝에 남북 100㎝ 가량이었다. 석실 천장에서는 덮개돌 4장이 네 모서리에 각각 모서리를 죽이는 말각조정 방식으로 배치돼 있다.

출토유물로는 1호분의 경우 북벽 아래 바닥면에서 적갈색연질토기 1개체분이 파손된 채 확인되고, 목관에 사용한 관정(쇠못)과 관고리가 다수 포함됐다. 석실 규모 동서 250㎝, 남북 190㎝, 깊이 130㎝인 2호분(연도는 동서 180㎝에 남북 100㎝) 출토 유물 중에서는 석실 남동쪽 모서리 근처에서 깨진 상태로 출토된 흑색마연토기(黑色磨硏土器)가 주목을 끈다.

이런 무덤 구조와 출토유물을 두고 지도위원들인 조유전 토지박물관장과 김병모 한양대 명예교수, 최몽룡 서울대 교수, 최병현 숭실대 교수, 이남규 한신대 교수, 배기동 한양대 교수는 강도에 차이는 있지만 한결같이 고구려적 특성이 농후한 유적으로 지목했다.

심광주 토지박물관 학예실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출토 토기나 무덤 축조 방식으로 볼 때 명백한 고구려 계통”이라고 단정할 정도다.

최병현 교수는 2호분 출토 흑색마연토기가 경기 연천 호로고루성에서 출토된 그것과 흡사함을 주목했다. 호로고루성은 고구려가 쌓아 활용한 성곽이라는 주장이 적어도 현재는 대세다.

하지만 보정동 유적 석실분과 출토유물을 고구려인이 직접 축조했다거나, 고구려계 영향에서 이뤄졌다고 단정하기에는 많은 의문점이 따른다.

우선, 무덤구조가 말각조정 방식이라고 했으나, 석실 네 모서리는 천장쪽으로 올라갈수록 오므라진 형태가 아니라 거의 직각으로 선 모습이다. 이런 네 모서리에 판돌만 각각 1장씩 얹었을 뿐이다. 전형적인 고구려 무덤과는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나아가 2호분 출토 흑색마연토기와 1호분 출토 적갈색연질토기를 고구려 토기, 혹은 그 영향이 짙은 토기로 간주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자아낸다.

흑색마연토기는 아직 완전한 복원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어깨 부근을 돌아가며 파상문(波狀文. 물결무늬)이 뚜렷이 확인된다.

풍납토성 발굴단 일원인 신희권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과 동양대 이한상 교수 등은 “유물을 직접 보지 못하고 사진만으로 검토한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한결같이 이들 토기가 고구려계임을 부정하면서 “전형적인 백제토기”라고 말했다.

신희권 연구관은 “흑색마연토기는 그 자체가 전형적인 백제 토기임을 부정할 수 없고, 나아가 이에서 확인되는 파상문 또한 풍납토성 출토 백제토기에서 무수히 확인된다”면서 “적갈색연질토기 또한 그 양상으로 보아 고구려 토기는 될 수 없으며, 경질무문토기(硬質無文土器)가 발전한 백제토기”라고 말했다.

 

입력 : 2007.04.27 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