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 댐공법으로 지었다 2001년 0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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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초기 왕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풍납토성이 현대의 댐과 견줄 만큼 견고하게 지어졌으며, 당시로서는 첨단 토목기술의 결정체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신희권 연구원은 16일 "풍납토성중 두 지역을 99년에 발굴 조사한 결과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토목 기술이 사용된 것을 발견했으며, 댐 수준으로 견고하게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 연구원은 18일 대전 한밭대에서 열리는 제1회 풍납토성 학술대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풍납토성 축조과정'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 송파구 한강변에 있는 풍납토성은 둘레 3.5㎞, 높이 11m, 폭 40m 크기의 흙벽으로 지어진 토성. 기원전 1세기에서 3세기 사이에 지어졌으며, 초기 백제의 왕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굴에서 밝혀진 풍납토성의 건설 기술은 현대식으로 보면 내진 설계, 철근 콘크리트 공법, 방수 처리 등에 비교될 수 있을 정도다. 발굴 결과 풍납토성의 흙벽중 가장 밑바닥에는 평균 50㎝ 두께의 뻘흙이 깔린 것으로 밝혀졌다. 뻘흙은 매우 끈적끈적하고 질겨 건물 기반을 단단하게 다지는 기초 역할을 한다. 또 유동성이 있어 지진 등에도 쉽게 견딜 수 있다. 연구팀은 주민들이 뻘흙을 한강이 범람할 때 얻었거나, 바다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연구원은 "약간씩 흔들리는 건물이 지진이나 태풍에 더 잘 견디는 것처럼 풍납토성도 뻘흙을 이용해 지진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철근 콘크리트 공법과 비슷한 '목재-뻘흙' 기술도 사용됐다. 풍납토성의 가장 안쪽 흙벽은 나무로 직사각형 모양의 틀을 3단으로 만들고 그 안에 뻘흙을 넣어 강도를 높였다. 목재가 뻘흙의 보강재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뻘흙은 유기물이 썩지 않도록 보호하기 때문에 적어도 1,800년 전의 토성 속 목재가 지금도 썩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흙벽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흙과 나뭇잎층을 교대로 쌓는 기술도 사용됐다. 흙층과 나뭇잎층을 층층이 쌓으면 층 사이에 마찰력이 생겨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 흙벽이 밀리는 현상을 방지한 것. 이번 발굴 결과 풍납토성의 흙벽에는 10여차례나 나뭇잎과 흙층을 교대로 쌓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이 기술이 사용된 건물중 가장 오래된 것은 4세기에 지어진 김제의 벽골제로, 풍납토성은 이를 1세기 이상 앞당긴 셈이다. 또 흙과 나뭇잎층을 교차로 쌓는 기술은 6~7세기에 지어진 일본 큐슈의 수성(水城)이나 오사카의 협산지(狹山池) 제방에도 사용돼, 한국의 토목기술이 일본으로 건너간 증거로 제시됐다. 이밖에 연구팀은 각 성벽의 축조 방법이 조금씩 다른 점 등으로 보아 여러 집단이 성벽을 구간별로 나눠 쌓았으며, 풍납토성의 크기를 볼 때 당시 한국인들이 매우 정교한 측량술과 종합설계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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