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 / 류시화

wowjenny 2006. 11. 24. 22:51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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