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의 등장
인류와 문명의 발생(약 200만 년 전)
근래의 분자생물학적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과 침팬지는 500만 년 내지 600만 년 전에 분화하였다고 한다. 원숭이는 수백만 년 동안 나무 위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빙하기가 찾아왔다. 빙하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만 년 전에 시작되어 약 1만 년 전에 끝났다.
이 빙하기 때 인류의 조상인 유인원 중 어떤 부류는 따뜻한 곳을 찾아 남쪽으로 내려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땅 위에 내려온 원숭이는 두 발로 곧추서게 되었고, 다른 동물과 싸우기 위해 무기를 만들어 손에 쥐게 되었다. 즉, 도구를 만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그들은 '불'을 쓰기 시작했고, 또한 집단으로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말'도 사용하게 되었다.
인류가 이 지구 위에 나타나게 된 것은 지금부터 약 200만 년 전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인류가 지구상 어디에서 처음으로 등장하게 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아프리카의 원인(猿人)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인도네시아의 자바 섬에서 출토된 직립원인(原人), 그리고 중국의 베이징(北京) 부근에서 발굴된 베이징 원인(原人) 등이 가장 오랜 인류의 화석이다.
인류의 발달과 더불어 두뇌의 발달도 이루어지게 되었다. 인류는 곧추서면서 두뇌가 커지기 시작하였다. 인류는 여느 동물과는 달리 척추가 두뇌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에 두뇌의 크기가 빨리 커질 수 있었다. 불의 사용도 두뇌 크기의 증가에 한 가지 원인이 되었다. 불의 사용으로 음식이 연해지게 되었고, 그 때문에 두뇌 둘레를 고무줄처럼 죄고 있던 얼굴 근육이 점차 감소하였다. 그 때문에 두뇌가 커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두뇌는 약 500㏄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약 50만 년 전에 등장한 자바 원인(피테칸트로푸스 에렉투스)과 베이징 원인(시난트로푸스 페키넨시스)의 경우 그 크기는 두 배인 1000㏄ 정도로 커진다. 이들 원인은 동굴에 살면서 석기를 사용하여 사냥을 하고, 열매 따위를 주워 모으는 채집 생활을 하였다. 베이징 원인은 불도 사용할 줄 알았다.
이들 원인에 이어 구대륙인 아프로유라시아(아시아 · 유럽 · 아프리카 3개 대륙을 하나로 묶어 부르는 이름) 각 지방에 네안데르탈인으로 대표되는 '구인(舊人)', 곧 호모 사피엔스(슬기사람)가 등장하였다. 그것은 지금부터 대략 20만 년 전에서 7, 8만 년 전의 일로 보고 있다. 그들의 두뇌는 1600㏄로서, 현생 인류와의 차이는 거의 없다.
네안데르탈인들은 죽은 자를 매장할 때 그 시신을 굽혀 꽃으로 장식하고 껴묻거리(부장품)와 함께 땅에 묻었다. 그 같은 풍습은 죽은 자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는 일종의 종교적 감정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 약 3만 년 전에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갈 무렵 마침내 신인류(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등장하였다. 프랑스의 크로마뇽인, 이탈리아의 그리말디인은 처음에 구대륙 각 지방에 등장했고, 이윽고 신대륙에도 옮겨가서 살게 되었다. 신인류는 주로 돌을 재료로 하여 여러 가지 도구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 시대를 '석기 시대'라고 한다. 석기 시대는 다시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로 나뉘어진다.
구석기 시대에는 돌을 깨뜨려 날이 서게 만든 비교적 간단한 석기, 곧 뗀석기(타제 석기)를 사용하였다. 지질 연대에서 홍적세(洪積世)에 해당하는 이 시대는 석기 외에 골각기(骨角器)도 사용하여 짐승을 사냥하고 물고기를 잡았다. 그들은 또한 많은 짐승과 물고기를 잡기 위한 발원으로 벽화를 그리기도 하였다.
언제나 굶주림을 겪어야 했던 이 시대의 인류는 무리(호르트)를 단위로 하여 생활하였다. 그들은 연장자와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지도자로 모시고 공동으로 노동했고, 수확한 것은 평등하게 분배하였다. 죽은 자의 매장도 큰 차별이 없이 평등하게 행해졌다.
신석기 시대의 인류는 식물의 재배법에 의해 곡물을 수확하는 농경을 하였고, 또한 돼지와 양 등의 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여 고기와 모피 등을 얻는 목축업도 행하였다. 자연에서 단순히 채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식량과 옷감을 키우고 만들어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신석기 시대의 이러한 변화를 18세기의 산업 혁명에 비겨 '신석기 혁명'이라 한다. 이와 같은 농경과 목축 생활은 기원전 7000년쯤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대가족 사이에 빈부의 차가 생기고, 점차 씨족의 유대가 느슨해졌다. 가족의 규모도 작아졌고, 정착 생활이 오래 계속되는 동안에 혈연 사회를 대신하여 거주하는 지역을 단위로 하는 지역 사회가 성립되었다. 각 지역 사회에는 부를 집중시켜 그 분배권을 쥔 권력자가 생겨나게 되었고, 그들이 모여 각지에 국가가 형성되었다. 그와 같은 작은 국가는 사람들이 도시에 집중하여 거주하는 도시 국가의 형태를 취하기도 하였다.
이로써 인류는 문명 시대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와 아울러 인류는 경제적으로는 재산을 소유한 자와 소유하지 못한 자,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분리되어 계급 사회가 시작되었다.
인류는 처음에 석기를 도구로 사용하던 것이 청동기로, 그리고 철 등 금속기로 변하게 되면서 석기 시대에서 금속기 시대로 옮겨가게 되었다. 또한 인류의 기술과 사고(思考)를 기록하여 보존하고 전달하기 위한 문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른바 선사 시대와 구별되는 역사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