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끝 비 / 이경학

wowjenny 2006. 10. 14. 17:09

 

    

 

 

     끝 비 / 이경학

 

 

    꼭 아코디언이 아니라도 좋다

    플라멩코 기타도 이럴 때 좋지

    촌스런 만돌린이면 어떠랴

    아니, 저 구석 습기 먹고 서있는 나의 초라한 통기타

    그도 이럴땐 어울리는 소리를 낼 거야

    아아, 무엇이든 저 빗소리를 공명할 수 있다면

 

    그렇단들 또 어쩌겠나

    이 맥 풀린 손가락으로 무얼 하겠나

    커피 타는 일도 할 수 없어 참고 앉아 있었는데

    저 창문을 더 열지도 닫지도 못하고 있으면서

    계절의 끝이 눈물인 것은 하는 수 없지만

    저 소리는 울음이 아닌 음악이었으면 해서

    마음속의 협연에 안달이 났는가보다

 

    손톱 끝에 까칠 만져지는 거스러미를 견디지 못해

    우산 들고 현관문을 나섰다

    일부러 샛길을 택했더니 알맞게 눅은 非포장길

    위로 일그러진 구두 뒷굽이

    낙엽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한 시절 골 깊던 傷痕이

    슬며시 씻기고 있었다

    끝 비

    추운 길 떠나는 가을의 눈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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